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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합창협회(ACDA) 페스티발 2005 (박신화교수)

관리자l2005-03-21l 조회수 11232


미국 합창협회(ACDA) 전국모임
-합창에 관한 질문과 응답(Choir &Organ) 중에서

박신화
안산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영락교회갈보리성가대 지휘자

Q 미국에 잘 다녀오셨습니까? 지난 2월 미국에서 큰 합창집회(?)가 있었다던데, 거기서 무엇을 보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일이 있으셨으면 저희도 알고 싶네요. 한국합창단과 미국합창단이 많이 다르지요? 미국합창단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미국은 ACDA(American Choral Directors Association)라 하여 미국합창협회가 있는데 2년에 한번 전국적인 모임(National Convention)을 개최합니다. 이번에는 로스엔젤레스에서 그 모임이 있었고 약 15,000 여명의 미국합창지휘자와 합창단원이 참가하였습니다. 저도 그중 한사람으로 참가하여 40개 이상의 합창단의 연주를 듣고, 중간 중간 강의를 들으며 악보도 구입 하였습니다.

먼저 많은 미국합창단의 합창을 들으며 저 나름대로 미국합창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국합창이 우리와 다른 점은

1. 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경직되지 않는 자연스런 소리와 음악에 대한 어프로치가 무척 인상적 이었습니다. 그 자연스러움을 주기위해 합창단원들이 노래와 함께 보여주는 모션은 음악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으며, 그것이 합창에서의 relax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노래하며 몸을 흔드는 것이 다소 창피하게 느껴지거나 무엇인가 오바(over)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나 이들은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웠으며, 거기서 야기되는 음악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2. 중. 고등학교 합창수준이 우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음악대학에서 다루는 합창 레퍼토리가 그들의 중. 고등학교 레퍼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미국대학의 레퍼토리도 마찬가지이지요. 프로합창단을 지휘하는 저로서는 참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전국적인 큰 행사에다 만 명이 넘는 지휘자들 앞에서 부를 레퍼토리의 구성이나, 그것을 위한 연습에 최선을 다하였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가 미국에서 어느 연주를 가도 고등학교학생들의 합창수준이 참 높다는 생각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미국합창의 미래를 밝게 해 주는 것으로 우리가 빨리 배워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3.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곡마다 자리배치를 바꾸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어떤 때는 곡의 분위기를 끊을 때도 있었으나 자리배치에 따라 사운드가 변화 하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모든 합창단들의 소리가 기본적으로 유연하게 만들어진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인데, 이것을 위한 여러 가지의 교육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합창단들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연주를 한 미국의 합창단은 St. Olaf 합창단이었습니다. 약80여명의 단원이 만드는 소프트한 소리는 분명 다른 합창단과는 한수 위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 소리는 blending이 잘된 소리였으며, relax 되어있고 soft한 소리였습니다. 이 합창단은 미국 합창 학파 중 대표적인 C학파로 St. Olaf 의 초대 지휘자 F. Melius Christiansen이 창단하였으며, Kenneth Jennings의 뒤를 이엇으며 현재는 Anton Amstrong이 지휘하고 있습니다. 물론 허스키한 면도 보이며, 그 구성원이 거의 아마추어라는 생각도 갖게 하였지만 그들이 만드는 blending은 세계적이었습니다. 그들이 바하의 모테트 1번을 연주할 때 \"저것이 바로 바하의 연주\"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지요. 그들 모두가 암보로 정교한 아티큘레이션을 만들며 노래하면서,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흔들며 박자를 맞추는 일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몰몬 태버나클 합창단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350여명의 합창단원으로 구성되어있는 대규모의 합창단으로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한 미국의 대표급 합창단이지요. 그 많은 인원의 절도 있는 자리 배치와 암보연주, 군데군데서 단원들이 연주하는 핸드벨, 7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합쳐져서 연주될 때, 그야말로 눈물이 글썽하는 감동 이었습니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모든 단원들이 자원봉사자들이란 말에 그들의 신앙적인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위의 두 합창단은 미국합창의 자존심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 크게 감동받은 연주가 있었습니다. 노르웨이의 Voci Nobili라는 여성합창단으로서 20여명으로 구성된 작은 합창단이었습니다. 이 합창단은 미국합창단은 아니지만 특별히 초청되어진 합창단이었지요. 그 합창단이 보여준 소리의 balance와 공명, relax, 그리고 둥근소리는 미국의 합창단이 흉내 내지 못하는 또 하나의 합창tone 이었습니다. 연주전에 그들이 CD를 판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난 후에는 너도나도 CD를 사겠다고 아우성들이었습니다. 저도 한 장 사려고 급히 가보았지만 벌써 매진이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나온 지휘자와 단원들에게 모여드는 사람들-- 역시 잘하는 합창단의 영광 그 자체를 지켜보고 있으려니, 저도 3년 전 세계합창심포지움에서 연주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때도 같은 상황이었지요. 그 순간이 언제 다시올지 모르지만---그것은 모든 합창지휘자들의 꿈이고 그것이 절대 거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르웨이 합창단원 중 성악전공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저를 한 번 더 부끄럽게 했습니다. 노르웨이는 북 유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북 유럽의 합창이 가장 강합니다.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의 나라들이지요. 기후가 사람들을 실내에 많이 있게 하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그들의 언어 자체에 합창을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문화나 전통이 합창을 잘 하게 만들었겠지요.

이밖에 미국의 브리갬영대학 합창단, 캔터키 대학합창단, USC합창단도 뛰어난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남성합창단 중에는 하버드 대학의 글리클럽 합창단이 좋은 연주를 보였습니다. 하버드 대학합창단에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은 물론 한명도 없을 뿐 아니라,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이 단 한명밖에 없더군요. 우리나라의 아마츄어 합창단 지휘자 여러분들에게 힘이 될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 미국 ACDA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많은 인상을 남긴 것 같습니다. 디즈니 홀의 아름다움과 좋은 공명, LA 교향악단과 마스터 코랄이 연주한 쉔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2월에도 푸른 LA 날씨, 수많은 합창인구, 인상 깊었던 연주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 합창협회도 빨리 이렇게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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